자작 시방
빨간 단풍을 밟고 갑니다
김영래
2016. 11. 27. 21:03
[]
김영래
*빨간 단풍을 밟고 갑니다 *
혼란스러운 세상에
슬픔을 한 아름 안고 지나가며
눈물 같은 가랑비가 겨울을 재촉합니다
우중충한 날씨마저
내 가슴을 답답하게 하더니
안개가 걷히고 맑은 햇살이 비칩니다
나는 또 배낭을 챙기고
늦가을 끝자락에 붉은 단풍을
보러 작년에 왔던 그 길을 다시 찾아 왔습니다
울퉁불퉁 바위길
모퉁이를 돌아 오르자
숨어 있던 단풍나무가 손을 흔듭니다
그 빨간빛이 너무 선명해
보는 눈길을 사로잡아 걸음을 멈추고
뛰는 가슴으로 넋을 놓고 바라봅니다
참으로 아름다운 환상입니다
나무에 매달린 잎도 곱지만
떨어진 낙엽도 너무도 곱습니다
물감을 풀어 놓은 듯
울창한 붉은 터널을 지날 땐
마치 신선이 쉬었다 간 곳처럼 황홀합니다
나도 잠시 이 자리에서
휴식을 취하며 늦은 간식을 먹으며
자연이 차려준 풍경을 만끽하고 가렵니다
도시 생활에서는
없어서는 안 될 문화이지만
시끄러운 신문 방송이 없는 이 순간이
왜 이리도 마음이 평온할까요
산에서 지는 단풍
마음에서 지는 그리움
세월이 갈수록 깊어지는 내면
이렇게 또 한 계절이 저물어 갑니다 ~~~*
수채화처럼 맑은 정취를 찾아서~~~*