김영래
울긋 불긋 색동 옷으로
붉게 물들어 가는 운길산 등성이
산초나무 열매가 여물어가며
시절을 알린다
만물이 무르익는 결실의 계절
무거운 짐 살며시 내려놓고
나도 함께 물들어가고 싶다
마지막 알곡을 위하여
빛을 작열하던 태양도
서산 마루에 걸터 숨 돌리기를 한다
온 산천은 이순간 석양에 물들어
단풍과 어울려져 황홀한 그림을 그린다
올라올때 숨차고 힘들던 생각이
순식간에 기뿜으로 교채된다
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대 자연
나도 함께 그 석양을 바라며
삶을 되돌아 보네
단풍 너 처럼
나도 붉게 물들어 후회 없었나
지난세월 돌아보며 살아온 모습
온전하게 태웠는지
단풍 속에서
나는 한참을 머물며 중얼거린다
단풍 속에 홀로 들어가 있는 내가
충만 함에 젖어 있으면
그윽한 향기가 난다